고대 로마사

고대 로마사 01

늑대 젖을 먹고 자란 형제, 로마의 건국 신화와 7개의 언덕

콜로세움과 거대한 도로망.

유럽 전역을 지배했던 로마를 떠올리면 처음부터 거대한 제국이었을 것 같지만, 시작은 의외로 작았습니다.

테베레강 주변의 작은 마을.

그리고 그곳에는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랐다는 두 형제의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신화와 역사가 뒤섞인 로마의 시작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1. 로마의 뿌리는 트로이에서 시작됐다?


로마 건국 신화는 훨씬 먼 곳에서 시작됩니다.

트로이 전쟁에서 살아남은 영웅 아이네아스(Aeneas)​가 이탈리아로 건너와 정착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의 후손들이 세운 도시가 알바 롱가였고, 훗날 이곳에서 로마의 건국으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알바 롱가의 왕 누미토르에게는 아물리우스라는 동생이 있었습니다.

아물리우스는 형을 몰아내고 왕위를 빼앗았습니다.

그리고 훗날 자신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누미토르의 딸 리아 실비아를 베스타 신전의 사제로 만들어 결혼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쌍둥이를 낳습니다.

그 아이들이 바로 로물루스와 레무스였습니다.

전승에 따르면 아이들의 아버지는 전쟁의 신 마르스였습니다.


2. 강에 버려진 쌍둥이, 그리고 늑대


아물리우스는 쌍둥이를 없애라고 명령했습니다.

두 아기는 바구니에 담겨 테베레강에 버려졌습니다.

그런데 죽어야 했던 아이들은 살아남았습니다.

강물이 불어난 덕분에 바구니가 강가에 멈춰 섰고, 그곳에서 한 암늑대가 아이들을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암늑대는 두 아이에게 젖을 먹여 살렸고, 이후 양치기 파우스툴루스가 아이들을 발견해 길렀다고 전해집니다.


Wikimedia Commons / Wilfredor (CC0)로마 건국 신화의 상징인 암늑대와 쌍둥이 형제 동상


성인이 된 두 형제는 자신들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아물리우스를 몰아내고 할아버지 누미토르를 다시 왕위에 올려놓습니다.

여기까지는 영웅의 이야기처럼 흘러갑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3. 형제는 왜 서로를 죽였을까?


두 형제는 새로운 도시를 세우기로 합니다.

그런데 도시를 어디에 세울지를 놓고 의견이 갈렸습니다.

로물루스는 팔라티누스 언덕, 레무스는 ​아벤티누스 언덕을 원했다고 전해집니다.

두 사람은 신들의 뜻을 묻기 위해 새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점(占)을 쳤습니다.

하지만 결과를 두고 서로 자신이 신들의 선택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갈등이 커졌습니다.

결국 성벽을 쌓는 과정에서 싸움이 벌어졌고,

로물루스가 레무스를 죽였다는 것이 건국 신화의 결말입니다.

전통적으로 로마는 기원전 753년 4월 21일, 로물루스에 의해 세워졌다고 전해집니다.

물론 이것이 실제 역사적 건국일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오늘날의 역사학에서는 로마가 여러 정착촌이 합쳐지고 성장하면서 도시로 발전한 것으로 봅니다.


4. 그런데 왜 하필 '7개의 언덕'이었을까?


로마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7개의 언덕입니다.

팔라티누스, 카피톨리누스, 아벤티누스 등을 비롯한 언덕들이 로마의 초기 중심지를 이루었습니다.


언덕은 초기 정착민들에게 여러 가지로 이로운 점이 있었습니다.

첫째, 방어에 유리했습니다.

습지와 낮은 지대 사이에 솟은 언덕은 적의 움직임을 살피고 방어하기에 좋았습니다.

둘째, 교통과 교역에 유리했습니다.

테베레강은 내륙과 지중해를 연결하는 중요한 교통로였습니다.

특히 로마가 자리 잡은 곳은 이탈리아 반도의 여러 지역을 연결하는 길목에 가까웠습니다.

작은 언덕과 강.

처음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였던 이 지형이 훗날 위대한 제국의 기반이 됩니다.


고대로마의 7개의 언덕 지형도 (명칭은 현대 이탈리아 명칭임)

고대로마의 7개의 언덕 지형도 (현대 이탈리아어로 표시됨)


신화 속 로마와 실제 로마

로물루스와 레무스의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늑대가 두 아이를 길렀다는 이야기 역시 역사적 사실이라기보다는 로마인들이 자신들의 기원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낸 건국 신화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초기 로마에는 외부에서 온 사람들을 받아들였다는 전승이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로마는 처음부터 완성된 국가로 등장한 것이 아니라, 주변의 여러 집단이 모이고 충돌하고 흡수되면서 성장한 도시였습니다.

어쩌면 로마의 진짜 강점은 늑대에게서 젖을 먹었다는 신화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을 끌어안으며 몸집을 키워갔다는 역사에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작은 언덕 위의 마을은 어떻게 이탈리아 반도를 넘어 지중해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을까요?



다음 편에서는 로마가 왕정에서 벗어나 공화정이라는 새로운 정치체제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 [고대 로마사 02] 왕정을 넘어 공화정으로, 로마의 위대한 제도적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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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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